2007년의 첫 대간길...
의미가 다른 13구간이다.
대장님의 갑작스런 출장으로 잠깐동안 이지만
키위님이 대간팀을 맡기로 했었다.
어떠한 이유로든 대간길은 멈출수 없기에 무조건 가야한다는 결론이 났고.
나름대로 홍보도 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역시 대간쟁이 다운 모습들...누구하나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던중 다행이 대장님이 서울로 올라와서 대간팀을 다시 이끌었고
마음을 모았던 대간팀의 끈끈한 정과...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대간에 대한 열정..
그 뜨거움을 충분히 가슴으로 느낄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인 ?역을 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금이다.
늘 바쁜 시간..도시락을 준비 할 새가 없어 주문을 해 놓고
아들아이에게 대충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일러두었다.
9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와 상황을 보니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일기예보는 춥다고 야단인데 준비도 하지 않고 컴퓨터만 하고 있는 아들...
서두르라고 야단을 치자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 놓는다.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어서 배낭을 메고 혼자 집을 나섰다.
그렇게 혼자 나선 대간길...마음이 편할리 없다.
그래도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니 기분이 풀리고 한결 나아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차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잠속으로 빠져든다.
큰재에 도착..
오늘은 아무것도 기억에 넣지 않으리라 .
그저 가슴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기록을 대신하고 싶다.
바쁜 일상에 지쳐 산으로 피신해온 기분이랄까..
그리 가파르지 않는 오르막길인데도 몸이 무겁고 힘이든다.
감기기운도 있고 쉬운 코스라고 긴장을 풀었던 탓이다.
마음이 무거우니 신발..옷.. 배낭..심지어는 다리까지 무겁게만 느껴졌다.
개터재를 지나면서 부터 바람이 사납게 분다.
손이 시릴까봐 장갑을 두켤레 끼고 옷을 여러벌 입으니 몸이 둔하다.
그냥 산을 바라보았다. 어디가 어딘지는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았고
소나무의 짙은향기.. 캄캄한 밤에 만나는 차가운 바람..
내 눈높이에 맟춰 떠오른 쪽배를 닮은달..
쏟아지는 졸음을 뒤에서 걱정해주는 조나단님의 목소리..
피곤에 지쳐 잠시 나무에 기대었을때 추울까봐 옷을 덮어주는 마음..
그리고 슬며시 커피 한잔을 건네는 오랜 친구의 마음....
이 모두가 산에서 내가 만난 것들이다.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 나에게 힘이되고
피곤을 이기는 박카스같은 청량제가 된다.
백학산 정상이 보일즈음..일출을 보기위해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에 보이는 능선이 붉게 물들어 있고 금방이라도 터질듯 부풀어 올라있다.
그 광경을 놓칠새라 갱스터님 키위님이 사진을 찍는다.
(위에 사진은 백학산 바로아래에서 키위님이 찍은사진임)
백학산 정상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해가 떠오른다.
떠오르는 태양이 계란의 노른자위 같아 보였다.
잠시 숙연해 지는 마음으로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해를 닮아갈수 있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내리막의 끝에 만난 임도 옆 바람이 없는곳에서
조별로 아침식사가 이루어졌고 먹거리가 푸짐하다.
즉석에서 끓여진 찌게는 꽁꽁 언 속을 따뜻하게 풀어주었고
병구와 푸우님이 빠진 1조는 인원이4명...둘러 앉으니 오붓하다.
바닥을 보니 토끼의 배설물이 많은것으로 보아 산토끼들이 있는것 같다.
커피까지 나누어 마신후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신의 터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키위님의 이산가족찾기를 닮은 명찰..
덕분에 수시로 위치도 확인하고 시간도 체크할수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능선길을 가다보니 묘지를 수 없이 만난다.
묘지의 특징이 서울과는 다르다. 그냥 평평한 바닥에 봉분만이 있을뿐이다.
경상북도 상주..예전에 감나무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감나무는 보이지 않고
포도나무와 사과나무..배나무가 심어져있는 과수원을 지난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음지에는 눈이 쌓여있고 길이 미끄럽다.
눈길에 여러번 넘어지신 수기님..휴우증은 없으신지? 걱정이 된다.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시는 바위와 산님...두분 모두 등산화가 문제였다.
힘든코스가 아니기에 그래도 다행이라 여기며 무사히 신의터재에 도착..
남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후 2007년의 첫산행..
13구간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대간길에 함께 하지못한 체니잉잉님...푸우님..
쌍화탕을 들고 우리를 마중나와 계셨고 감자탕집에서의 뒷풀이...
처음 나오신 조나단님..신고식 톡톡히 치루셨다..분위기 무르익고..
진부령까지 함께 하기를 약속하며 함께 마신것은 술만이 아니라
끈끈한 정도 함께 나누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친김에 노래방까지..거침없는 대간쟁이들..피곤한 기색조차 없다.
준비부터 달랐던 13구간...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한번 진부령까지의 약속을 다짐하는 구간이 되었다.
바빠서 이제야 후기 씁니다.
함께 산행 하신 대간길의 친구들..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것은 나누어가며
진부령까지 가는 그날까지 첫 마음 그대로 쭈욱 이어지길 바랍니다
대장님..키위님.. 수고 많이 하셨구요
세계여행님..준비하신 떡 잘 먹었습니다..^^
다음 14구간을 기약하며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