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간 보충(중산리->로터리산장->천왕봉->장터목->세석->선비샘->벽소령->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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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7년 2월24-25일
산행코스 :중산리->로터리산장->천왕봉->장터목->세석->선비샘->벽소령->음정
산행인원 : 산사람님.각산님.한송님.조나단님.하얀구슬 (5명)
산행시간 :약 12시간 (식사시간 포함)
지리산 1구간을 간다..빠진곳을 땜빵하러 간다고 하지만
상관없이 추억을 찾아 지리산은 가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 딸아이한테 전화를 걸어 배낭을 챙겨놓으라고 하고
서둘러 집에 도착..겨우 밥만하고 아침에 급하게 만들어놓은 굴보쌈만 담아
차시간에 늦을세라 집을 나섰다.
만나기로 한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각산님과 조나단님..일찍 와 계시고
이어 한송님과 산사람님 도착..지리산행 우등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리산..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아마도 다섯명..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몸 상태가 나빠 폭탄임을 각오 하면서도 가고 싶은산..
힘든산행이 될것 같은 예감이 든다.
원지 도착..택시를 탔다. 다행이 남자들 체격이 작아
뒷좌석에 4명이 앉아도 여유가 있었다.
30여분을 달려 중산리에 도착..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4시가 넘기를 기다리다 보니 이슬비가 뿌린다.
그럼 위에는 눈? 멋진 일출은 기대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을하며
4시 8분에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리가 무겁다. 이슬비는 내리고 바위가 젖어 미끄럽고
추워서 껴입은 옷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늘 처음은 힘이들지만 유난히 더 힘이 든다.
20여분쯤 올라갔을까..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어둠속에 내리는 눈은 랜턴의 불빛에 반사되어 순간 순간 반딧불이의 모습으로 변한다.
1시간 50분 만에 로터리산장에 도착..
쉬는 시간이 무척 반가웠다. 힘도 들고 몸도 무겁고...
배낭무게를 줄여볼 참으로 굴보쌈을 꺼냈다.
힘든김에 조나단님이 건네준 매실주를 겁없이 받아 마시고
약수물을 채운다음 다시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며칠 앓았던 탓일까? 매실주가 독했을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비틀거리는 발걸음...폭탄은 당연히 나..어둠속의 지리산은 높기만 했다.
조나단님..유난히 힘들어 하고 의외로 한송님..잘 올라가신다.
오르고 또 오르고...
내리는 눈에 옷이 젖을까봐 비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니
비옷도 얼고 꽁꽁 언 모자위에 눈꽃이 수를 놓는다.
날이 밝아오니 주변의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상고대인지 눈꽃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로 온산이 하얀옷을 입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올라가다 보니 천왕샘이 나왔다.
샘물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얼어서 생긴
커다란 고드름이었다.오랫동안 떨어진 낙수로 인해
바위엔 예쁘고 동그란 웅덩이가 생기고 그 경치를 놓칠새라 카메라에 담는다.
물맛이 최고라는 천왕샘..설경과 함께 마신 약수물의 맛은 유난히 더 달았다.
조금만 더 가면 천왕봉이라며 아자 아자를 외치며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간다.
천왕봉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는 바람이 세지기 시작했다.
천왕봉 도착...
먼저 올라가신 각산님..다른 사람들에게 담배를 주고 커피를 바꿔서 기다리고 계셨다.
힘들게 오르고 추위에 받아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꽁꽁 언속이 녹아내렸다.
천왕봉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심한 바람때문에
밀려 내려오듯 서둘러 장터목으로 향했다.
배고픔 보다는 젖은 장갑과 젖은 옷 때문에 더 빨리 가고 싶었다.
장터목 가는길엔 눈꽃축제가 따로 없다.
지리산을 여러번 왔어도 눈이오는 지리산은 처음이라
안내판위에 쌓인눈에 이름을 적기도 하고 고드름을 따 먹기도 하면서
설경에 취해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장터목 산장이 보인다.
먼저 내려가신 각산님..취사장에 자리를 잡아 놓으신 덕분에
조나단님이 준비해오신 찌게가 즉석에서 끓여지고 각산님의 돼지고기 볶음까지...
추위에 배고픔에 정신없이 먹고 나니 몸이 무거워 갈길이 걱정이 되었다.
점심식사후에 사향이라며 각산님이 하나씩 나누어준 환약 한알..
생각해서 주신건데 비위 상해서 넘어올것 같아 얼마나 고생했던지...(이상한거 다시는 안먹음)
옷이 다 젖고 장갑이 다젖었다.조나단님의 여분으로 가져온 장갑을 빌려주셔서
다행이 추위를 면할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내린눈과 얼음이 발길을 더디게 하긴 했지만
그리 힘들이지 않고 갈수 있는길이다.
처음부터 장터목으로 하산하신다고 했던 한송님..이미 발걸음은 세석쪽으로 향하고
조나단님..지리산의 정기에 눌렸는지 유난히 힘이든다고 한다.
시간 때문에 세석산장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벽소령으로 향했다.
이제까지의 눈길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흙길도 나오고
간간히 버들강아지와 물오른 새싹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겨울 모습을 하고 있는 지리산도 땅밑에선 분주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이라는 생명을 잃은 주목의 모습이
눈꽃이 피어 살아 있는듯 생명이 있어 보인다.
벽소령이 가까워오고 건너편 골짜기 밑으로 길이 나있는 것이 보인다.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정기를 끊기 위하여 도로를 뚫었다는 산사람님의 설명..
지리산의 아픔을 어떻게 다 알수 있을까..
서로 돕고 격려해가며 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발길을 서두른다.
벽소령에 도착..
아무도 없는 텅빈 벽소령..아무도 없는 취사장에서
남아있는 음식과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하산길을 서둘렀다.
500미터 정도의 약간 험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도로가 나왔다..
길이 닦여있긴 하지만 지루한 내리막길을 한참을 가야하기에
자연히 발걸음은 빨라지고..이어서 미끄러지기 시작..한번, 두번, 세번..
산아래에 다 내려와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시작했다.
도로위에 흰눈이 살짝 덮히고 그 밑은 얼음이 그대로 얼어있었던 것이다.
지루한 도로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차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하얀 차가 한대 오고 있었고 산사람님..차를 세우니
뒤의 짐칸에 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남자들 짐칸으로 올라가고
나 혼자만 차안에 탈수 있었다.산길에서 처음으로 여자대접을 받았던것 같다.
걸어서 내려왔으면 한참을 걸렸을 거리..그분들이 태워준 덕분에 음정에 일찍 도착..
약 12시간동안.. 산행의 막을 내렸다.
함양으로 가서 동서울 터미널가는 차를 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밤새 누적된 피로가 사정없이 몰려온다.
깨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함양..서울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어놓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간단히 막걸리 한잔..
서로 술값을 내겠다는 훈훈한 정까지 싹싹 긇어 마시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중산리에서 음정까지의 산행은 끝이 났고
다섯명의 친구들과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3구간부터 시작해서 .1.2 구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던곳..
마침표를 찍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 합니다.
함께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넘었던 눈오는 산길..평생을 두고도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수없이 지리산을 올랐다던 산사람 대장님..
여러번 다녔어도 이번처럼 멋진 지리산을 보지 못했다는 각산님..
지리산을 처음 품에 안았다는 한송님..
그리고 지리산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는 조나단님..
추위와 눈보라.. 컨디션 저하에도 불구하고 우리모두 함께여서 끝까지 해낼수 있었습니다.
이끌어 주신 대장님 고생하셨구요.
지리산행 같이 하신 님들..자축하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산행의 피로 말끔히 푸시고 일요일 시산제때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