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부항령-우두령 구간 1월26-27일
새벽3시30분출발-오후 7시 우두령 도착
땜빵구간..산사람,조나단,조아라.나까지 합해서 총4명의 인원이 조나단님의 차로 부항령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조나단님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피곤이 몰려와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부항령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쌓여있고 한무리의 다른대간팀의 모습도 보였다.
다른대간팀을 먼저보내고 거리가 짧다며 한잠 자고 가기로 했지만 잠이오질 않는다.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시끄러운 차소리와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올라가기로 하고 먼저간 발길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눈이 많았다. 먼저올라간 대간팀들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백수리산을 못 갔을 무렵 앞 팀의 모습이 보인다.
러셀이 안되어 있어 20여분을 알바를 했다고 한다.
자연 앞에선 보잘것 없는 우리들..
산을 오르면서 자연앞에 나 자신이 나약하고 무력하게 느껴 질 때에는
나를 낮추는 겸손함을 배웠고.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든 구간이 나오면 삶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인내심을 배웠다.
잘난척을 아무리해도 바람앞에 등불처럼 자연이 한번 성이나면 속수무책...
우리는 수 없이 자연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앞팀의 러셀을 하고 가느라 속도가 늦어지고 우리보고 교대로 러셀을 하던지
앞서 가라고 했지만 우리는 나서지 않았다..비겁하게도......................................
리딩하는 우리팀 대장의 계속되는 앞팀을 향한 비아냥거림..길도 모르면서 대간을 한다나..
나서지 못할거면 말 몇마디..아는체...잘난체...모두 참았어야 했다.
완주를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도왔어야 했다.
우리네 삶이란 늘 NG의 연속이라고 했지만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것이 아직도 맘에 걸린다.
천천히 진행을 늦추었다. 앞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따라가길 바랬기 때문이다.
예상 시간보다 한참을 더 지체한후에 눈덮인 싸리나무 지역을 통과하고 임도가 보인다.
다리건너 쪽에는 앞팀이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눈이 비교적 적은 다리위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깔았다.
그러나 맘이 편할리 없다.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몸에서 짜증이 새어나왔다.
대장의 행동이 맘에 안들었지만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서
조나단님의 김치찌게로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다시 삼도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삼도봉 가는길은 등산로가 잘 정비 되어있고 발길이 잦은 곳이라 비교적 길이 좋았다.
삼도봉을 내려서는 내리막길에서 신나게 썰매도 타고 불편했던 마음을 애써 지워 보려 했지만
대장과 눈을 마주치기가 싫었다..삼마골재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길이 수월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간길이기에 러셀이 안되어 있으면 포기하겠다는 대장의 말에
또 다시 기분이 상하고... 완주를 못하면 또 어떠랴..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리라고 마음을 비워본다.
민주지산 삼도봉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만난 눈꽃...
사람과 흙을 한번도 못 만날 정도로 온통 하얀세상...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온통 하얀 세상 앞에 추하디 추한 인간의 본성..교만했던 마음을 가지런히 다스려본다.
삼마골재 도착...
처음 부항령에서 싸리재 갈림길까지는 다른 대간팀이 먼저 러셀을 하고 지나갔기 때문에
발자욱이 깊어 별 어려움 없이 갈수 있었고
삼도봉 근처는 대간쟁이 말고도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에
길도 나있고 눈도 다져져 있어서 쉽게 지나올수 있었다.
삼마골재를 넘어서자 그동안 앞서 갔던 발자욱이 보이지를 않고 사라졌다.
앞서 가던 다른 대간팀..완주를 포기하고 해인리방향으로 하산한것 같다.
조아라님과 조나단님 계속 진행을 원했고
나또한 다른사람의 자존심까지 건드렸던 산길이라 힘들더라도 계속가고 싶었다.
밀목재를 지나면서 부터 눈이 점점 많아진다. 평지에는 30cm정도 쌓여 있었지만
능선에는 바람이 눈을 모아 놓아서 허리까지 눈이 쌓인곳도 있었다.
앞서간 발자국까지 바람이 눈으로 덮어버려 중간중간 끊기고
깊이 패인 발자국을 따라 가느라 점점 허리도 아파왔다.
삼마골재를 지나고 만난 능선...하늘색이 너무 예쁘다..맑고깨끗한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바람이 모아다 놓은 눈들이 허리까지 올라오고 혼자 발을 빼기도 힘들만큼 깊은곳도 있었다.
무릎까지 쌓인눈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고
한걸음 한걸음 빠진발을 다시 빼내며 전진...아이젠도 스페츠도 무용지물이다.
양말까지 축축하게 젖어 왔지만 갈길이 바빠 추운줄도 몰랐다.
날이 저물기 전에 속도를 내어야만 안전하게 하산할수 있기에 점심도 먹지 않은채 발길을 서둘렀다.
지나온 능선..
눈 덮힌 산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알몸을 드러낸 듯한 모습이었다.
늘 나무들에게 가려져 보여주지 않았던 능선과 섬세한 골짜기까지 다 볼수 있었다.
지나온 대간길을 돌아다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참 많이도 걸어 왔구나..그 가슴벅찬 희열이 있기에 우리는 또 산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러셀이 안되어 있고 바람이 눈을 모아 놓아서 허리까지 쌓인 곳엔 발이 빠지면 혼자서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살짝 얼어서 단단해진 눈을 무릎으로 기어서 통과했다.
다래 넝쿨지역도 통과하고 화주봉을 눈앞에 둔 지점에 암릉지역이 있고 로프가 메어져있었다.
직벽에 가까운 바위는 얼음이 얼어있고 눈으로 덮혀있어 홀드를 찾을수가 없었다.
초보자가 한명이라도 끼어 있었다면 고생했을 구간..
무사히 암릉구간도 통과하고 화주봉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지려고 하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우두령까지 1시간 35분을 더 가야한다.
서둘러야 하기에 지체할수가 없었다.내리막길을 달리다 시피 빠른 걸음으로 진행을 했고
1시간을 남겨 놓은 지점에서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화주봉을 넘어 능선분기점..약 1시간 30여분 정도 남겨놓은 구간...
마지막 다섯개 능선을 더 넘어야 하는데 이미 해가 저물어 버린다.
바람의 장난으로 길이 눈에 덮혀 보이지 않을 때는
지도를 보고 대간 꼬리표를 표시기 삼아 길을 찾아갔다.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을 친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쌓인눈이 너무 깊어 러셀이 쉽지가 않다.
그렇게 눈을 원없이 실컷 밟고 왔다.
러셀이 안되어 진행이 더딘 바람에 9시간 거리를 15시간30분이나 걸렸다.
아쉬웠던 점은 진정 산꾼이라면 다른대간팀과 함께 도우며 갔어야 했다.
그렇게 무사히 우두령 도착...
택시로 차가 있는 부항령까지 가서야 모든일정이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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