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산행후기

5산종주 2007/10/27-28

하얀구슬 2009. 5. 30. 16:54

산행인원: 외로운 늑대,키위,조나단,하얀구슬

 

산행공지를 올려 놓고 참석자를 살펴보지만 쉽게 꼬리를 잡지 않는다.
종주3일전 늑대님의 전화..인원도 오붓하고 멤버도 확실하니 행동식으로 가자고 한다.
배낭의 무게를 줄인다면 그리 어려울것도 없기에 시간단축을 해보고 싶은맘도 들었다.
산에서 먹지 않고 가기로 유명한 늑대님과 키위님...오늘은 또 얼마나 빡셀까..
또 하나의 추억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일찍 마무리를 짓고 서둘러 나섰지만 그래도 지각..
상계역에 도착하니 토요산행을 하고 오는길이라는 키위님..
한시간이나 기다렸다는 조나단님.산에서 만큼은 든든한 늑대님..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각한것이 미안해서 가벼운 농담으로 얼버무려본다.

8시 30분..4명의 5산종주.. 아파트 사이로 들머리를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몸도 풀리지 않았고 오르막으로 시작하는 불암산 초입...
다리가 긴 남자들이 성큼성큼 올라간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어찌나 빨리 가는지 아무래도 내가 폭탄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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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공원 도착 (9시15분) 잠깐의 휴식..
기록을 위해서 사진을 찍고 물한모금에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한다.
간단한 도시락과 행동식..물..배낭의 무게를 줄였다고는 하나
빨리 걷다보니 도시락이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릉고개까지 가는 길은 자주 헷갈리는 길이다. 그래서 만들어 놓았는지 안보이던 이정표가 서있다.
길도 좋고 기온도 적당하다.더운듯한 날씨에 배낭안에 든 겨울옷이 무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덕릉고개도착..
1시간40분정도 걸린것으로 기억된다. 바로 수락산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늘 쉬던 곳까지 가서 쉬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낮에 산행을 하고 왔다는 키위님..거침없이 올라간다.
슬슬 몸은 풀리기는 했지만 발걸음이 무거웠고 세 남자를 쫒아가기가 버거웠다.
전주를 지나 오름길위의 넓은 바위..우리가 늘 쉬어가던 곳에는
한무리의 종주팀이 먼저와서 쉬고 있었다. 다음산악회의 종주팀 20여명이 왔다고 한다.
우리보다 한시간 먼저 출발을 했다는데 인원이 많다보니 시간이 지체되는것은 당연..
그 사람들을 뒤로 하고 땀이 식을 새라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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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정상도착 (11시10분)
빠르게 온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늘의 후미는 하얀구슬..따라가기 바쁜것에 슬슬 약이 올랐다,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가라며 자존심을 세워 보지만
먼저 갈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
돌길에다가 마사토로 이루어진 내리막 길이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야경의 아름다움에 잠시 눈의 피로를 풀고
막걸리 한잔이 간절하게 그립다는 생각을 해 본다.
캄캄한 밤이라 어둠속에 아름다운 단풍이 숨어 있는 것을 이때 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수락산의 마지막 능선 한개를 남겨놓은 지점.. 넓은 바위에는 막걸리 파는 곳이 있다.
봄에 5산종주를 할때도 막걸리가 있던 곳이기에 기대를 하고 올라가니 역시 막걸리를 먹을수 있었다.
두병을 꺼내고 돈을 대신 넣어두었다. 그렇게 먹는 막걸리의 맛...가슴이 짜릿했다.
남은 시간이 많기에 막걸리 한잔은 충분한 에너지가 될것이다.
여자가 혼자라서 산에서 화장실 가는 것이 고역이다. 뒤로 쳐질까 하다가
쳐진다면 한참을 따라가야 하기에 내리막에도 강하고 막걸리의 힘을 빌려 앞으로 나섰다.
달음박질 치다시피 내리막을 갔는데도 눈치도 없이 바로 뒤에서 따라온다.
그 덕분에 동막골의 지루한 길을 쉽게 빨리 내려올수 있었던 것 같다.

회룡역을 가는 길에 24시마트에서 조나단님과 컵라면을 하나씩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뒤 사패산을 향해 올라갔다. (지독한 두 남자는 먹지도 않음..늑대.키위)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라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자꾸만 남정네들의 모습이 멀어진다.
오르막이 힘들기도 하지만 롱다리를 따라잡지 못하는 숏다리의 비애...
캄캄한 밤을 혼자 쳐져서 가다보니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비예보가 있어서 비옷을 준비해 왔는데 하얀색??? 귀신놀음 한번 할까??
랜턴을 끄고 행동으로 옮길가 말까 하고 있는데 의리의 조나단님..바로 코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귀신놀음을 했더라면 두들겨 맞았을거라는 농담으로 잠시 피로를 풀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달빛이 밝다. 랜턴을 끄고 올라가도 잘 보이는 길...수 없이 올랐던 그 길이 오늘은 조용하다.

 

사패삼거리에 도착하자 (3:00) 잠깐 눈을 붙이고 가자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졸음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는데 잘 됐다 싶어서 나무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나단님..바닥에 눕자 마자 코를 곤다..
어찌나 추운지 배낭에서 옷을 하나 더 꺼내입어도 추위가 졸음을 밀어내 버린다.
그래도 잠을 자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늑대님..."4시예요" 일어나라는 얘기..
벌써 한시간이나 지났나??? 너무 추워서 온몸이 굳어있다.
추위를 풀려면 가는 수 밖에 없다며 남자들 사정없이 치고 나간다.
추위에 얼어 있다가 빨리 가려니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자운봉으로 올라가기전 다음산악회 종주팀들이 샛길로 올라왔다며 쉬고 있었다.
우리보다 1시간 먼저 출발하고 우리가 1시간 잘 동안 샛길로 올라왔다는데...
그 사람들을 뒤로 하고 포대능선으로 향했다.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다.
안먹기로 소문난 독한 남자들 틈에서 밥먹고 가자는 소리는 할수 없고
커피를 타서 마시고 잠을쫒았다. 포대능선을 지나 헬기장이 나오고 인기척이 들린다.
다음산악회 5산종주 지원팀이라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배도 고프던 차에 건네주는 소주한잔과 족발 안주...
맛있게 먹고 한차까지 얻어마시고 나니 살것 같았다.
날이 밝아오니 이제까지 숨어있던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온통 울긋불긋..도봉산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다.
바위에 기대어 사진도 찍고 단풍도 감상하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수 있음이 행복했다.
힘든 종주길에 산은 곳곳에서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주었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가슴 벅찬 환희를 안고 우리는 흙을 밟고 올라선다.
다시 육모정 까지 가는 길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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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모정으로 가는 길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다.
늘 그곳에서 캔맥주를 마시던 추억을 떠 올리며 가게에 도착하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두드려서 자고 있는 주인을 깨워 캔맥주를 샀다.
얼음처럼 차가운 냇물에 발을 담그고 새벽에 먹는 맥주맛...낭만이 있었다.

말 하지 않아도 같은맘..말로 표현할수 없는 가슴에 뜨거움이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 힘든 여정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가슴에 뜨거운 불덩어리 하나씩을 안고 있는 사람들..

그 식지 않는 열정을 태우기 위해 힘든줄 알면서도 또 다시 힘든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잠깐의 휴식으로 발의 피로를 풀고 캔맥주로 에너지를 보충한뒤 영봉으로 향했다.
육모정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맥주한잔에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진행을 더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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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봉도착 (9시30분)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배낭을 맨체로 각자 기대어 눕는다.
어느새 잠이 깜빡들고 얼마쯤 지났을까..아무 인기척이 없어서 놀라 깨어보니
다들 곤했는지 단잠...30분의 단잠은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배가 고프다. 백운산장에서 국수를 먹기로 하고 걷고 또 걷는다.
하루재를 쉬지 않고 지나고 백운대까지의 오름길... 이곳은 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4개산을 넘고 지쳐있을때 만난 오르막 30분...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일행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자가 한명만 따라 붙었어도...ㅠㅠ동지가 있었을텐데..
백운산장도착...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백운산장의 국수의 맛이 그렇게 맛있는줄 예전엔 몰랐다.
막걸리도 한잔씩 나눠 마시고 나니 후들거리던 다리에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이때 부터는 선두도 칠수 있을 것 같았다.(국수에 약을 탔나.?)

컨디션 좋을때 가 두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문,문을 연신 지나 보냈다.
어찌나 빠른 걸음으로 왔는지 순식간에 청수 동암문..
잠시 물한모금 마시고 숨 고르기를 한뒤 다시 출발...
한사람도 쳐지는 사람없이 거침없는 종주길..비봉을 지나고 향로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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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40분)

향로봉은 통제를 했었는데..지키고 있는 직원들이 없는지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조나단님이 사진을 찍는 사이...늑대님과 키위님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늘 가던길로 따라 내려갔지만 그새 멀리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결국 전화를 해서 기다리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족두리봉쪽으로 향했다.

발빠른 늑대님..키위님..어느새 한참을 앞질러 갔는지 족두리봉을 코앞에 두고 서야 만날수 있었다.

마지막 족두리봉이 남아있다.1시간정도만 가면 끝..다리는 멀쩡한데 배가 고팠다.
불광으로 하산하는 길에 마지막 바윗길이 그렇게 하얗고 예쁜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생각보다 힘이 덜 들었던 종주길..하면 할 수록 매력이 있는 장거리 산행..
비록 시간을 많이 앞당기지는 못했지만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게 됨을 자축하며
멋진 친구들과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했던 5산종주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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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40분 산행완료)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은 가슴벅찼던 희열만 남아있네요.

순간순간..작은 기억마저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후기를 쓰다가 다 날려 보내고 늦은 후기..이제야 올리네요.

모두들... 멋진 고생하셨습니다.

몸 관리 잘 하시고 강남 7산종주때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