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고 싶었던 백두대간....
언덕님한테 같이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산악회를 탈퇴하고 1년이 지난 지금..많이 망설였지만
백두대간..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절친한 친구..쏘가리님과 조약돌도 같이가자고 했으나
조약돌은 체력을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고
든든한 쏘가리님...함께 나서주었다.
일을 마치고 허둥지둥 시간에 쫒기어
밀어 두었던 배낭을 찾아 메고 양재동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택시안에서 장비점검...아이젠이 없다
예전에 필수로 넣고 다녔지만
산행을 안한지 오래되다 보니 어디다 두었는지...
얼음길이 아니기만을 빌며..그냥가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양재역에 도착..
처음만난 대간팀중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1년만에 보는 반가운 마음을 그저 눈인사로 대신하고
운영진의 배웅을 받으며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
잠을 청해보지만 머리속은 온통 걱정과 기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대간팀의 수준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무뚝뚝한 쏘가리님은 도와줄리 만무이고
언덕하고도 다른조라서 도움을 받을수도 없는데..
너무 오래 쉬어서 따라갈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한참을 달려 도착하니
성삼재라고 하는데 깜깜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들머리-성삼재
입산금지 구역이라 소등을하고 올라간다는데
짜릿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해보지 않은 경험....
오로지 구름속에 가려진 어스름한 달빛만으로
길을 찾아 한참을 오르다보니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듯 어둠이 익숙해지고
산의 정기가 느껴지는듯했다
차가운 바람과 양옆으로 늘어선 산죽나무를 스치는 소리..
한사람만 걸을수 있는 오솔길..
두팔을 벌려 바짝 말라 습기라고는 하나 없는 대잎을 쓰다듬어 본다
온 산을 품에 안은듯 가슴이 벅차오르고
매섭게 부는 바람도 피하고 싶지가 않았다
비가 올 것처럼 구름이 덮여 있는 하늘사이로 북두칠성이 보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얼음이 있을 것을 예상은 했지만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어둠보다 얼음길이 더 내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조심하며 내려가도 미끄러 넘어지길 5번..
처음엔 내 자신에게 화가났지만
넘어지는 것도 겨울산행에서만 느낄수 있는 묘미인것 같아
즐기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성삼재 매표소가 안보일 즈음 랜턴을 켜도 된다는
대장님 말씀..끝까지 랜턴없이 가보고 싶었지만
다섯번을 넘어지고 나니 별수 없이 랜턴을 켜야만 했다
얼음길에 랜턴도 아이젠도 없이 산을 오르는 기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에 기회되면 또 다시 해 보고 싶다
3월의 마지막 추위...입까지 얼어붙었다.
출입 통제구간을 벗어나 정령치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 있고 새벽산 특유의 추위가 몰려 왔다
배는 고팠지만 추위에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는
아침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는다는데
빨리 올라가고 싶은 생각뿐 이었다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 바람을 피해 보았지만
정령치의 추위는 뼈속까지 파고드는 듯 했다.
안스러운지 언덕이 모자를 벗어주겠다고 했지만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3월달에 정령치의 칼바람을 영원히 잊지 못 할 것이다.
라면과 누룽지..그리고 삼겹살 샤브샤브..꽁꽁 언속을 녹여주었다.
다시 고리봉을 향하여 출발..
발걸음이 빨라지고 선두와 후미가 따로 없고 모두들 수준급이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민폐가 될까..걱정했는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컨디션이 좋다
중간중간 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고리봉을 내려오니 평화로운 농촌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에도 햇볕은 봄이라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있다
새로 만난 어울림..여자치고는 발걸음이 꽤 빠르다.
말을 건넸지만 무시하는 듯한 말투..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어린 줄 알고 건방지다는 생각을 했다나..
(젊게 봐 주니 고맙기만 한데..)
가재마을 가기전 임도
가재마을 가게에서 간단히 막걸리 한잔씩 마시고 다시 수정봉으로 향했다
가파른 오르막길..대장님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막걸리 한잔은 위까지 내려 가지도 못하고 걸려 있고
쳐지기 시작하면 페이스를 잃을것 같아 열심히 따라 올라 갔지만
취기까지 겹쳐 호홉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가뿐 숨소리를 내며 간신히 따라 갔더니
대장님 하는말..땀을 흘리게 하려는 작전이었단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힘들게 오르는 산행의
참 맛을 알수 있을 것 같다
오르락 내리락 얕으막한 산을 몇개 더 넘고
여원재에 도착하니 너무 이른 하산에 아쉬움이 남았다
여원재에 하산해서 찍은 단체사진
1.2.구간을 빼먹고 3구간에서 대간팀에 합류했지만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산길만 보고 가느라 누가 누군지 일일이 인사는 나누지 못했어도
백두대간을 마칠쯤이면 저절로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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