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후기

백두대간7구간(육십령~황점마을)2006년 7월 8일 - 9일

하얀구슬 2009. 5. 29. 20:13

 

백두대간 7구간 육십령-황점마을 (태풍피해때문에 동엽령 가지못함)

 산행일시: 2006년 7월 8일 - 9일  날씨:태풍주의보, 비

 동 행 자 :  23명

 산행구간 : 육십령-할미봉-전망대-서봉-남덕유산-삿갈골재-황점마을로 하산

 

얕은 구름과 안개속에 할미봉 오름길

대간길..7구간을 가는날이다
아침부터 뭐가 그리 바쁜지..대충배낭을 꾸려놓고 
태풍이 온다는 가족들의 걱정도 뒤로 한채
대간 7구간을 다녀와야만 산에 목숨을 건듯한
내 열병도 치유 될수 있을것만 같았다
늦게 찾아온 거래처 손님때문에 행여 늦을새라
택시를 탔는데 88도로에서 꽉막혀 도데체 뚫릴기미가보이질 않는다
10시58분 사당역에도착..간신히 지각은 면하고 버스에 탑승..
어두움과 함께 떠난지 4시간 넘게 달려 육십령에 도착하니
비는오지 않았지만 안개가 낮게 깔려있었고
우중산행이 될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전산행만 한다면 대간길에서의 우중산행의 묘미를 
맘껏 즐길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조별로 대열을 정리하고 어둠을 뚫고 산과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아주 고요한 새벽 우리는 할미봉을 향해 오른다
짙은 안개는 랜턴의 불빛에도 몇미터 앞의 길도 내어주지 않았고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무잎들은 
바람을 피하기위해 온몸을 웅크리고 
달갑지 않은 새벽손님들의 발길에
잎새를 흔들며 요동을친다
뒤에서 반보를 외치지만 비가 오기전에 시간을 벌어야하기에
발걸음은 빨라지고 쉬지 않고 오르막을 올라간다
할미봉에 도착하니 캄캄한 산 골짜기에 
하얀 운해의 모습이 어둠속에 펼쳐져 있어 
우리들은 탄성을 질렀다
한밤에 곱게 차려입은 웨딩드레스 차림의 골짜기..
낮에 보는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잠시 거친 숨도 고르고  사진도 찍고
간단한 간식으로 휴식을 취한뒤 
남 덕유산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할미봉에서 전망대 가는길.

전망대로 가는길은 내리막이었다 가장 위험하다는 구간.. 비에 젖어 미끄러운 바위와 진흙길 어둠속에 시야는 좁아지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1조의 수준은 모두 조장급이다 잠시의 주춤거림도 없이 가볍게 내려온다 너무 밋밋한 산행이 될까봐 이 골짜기는 이리도 험상궂은 얼굴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것일까.. 뒤를 돌아보며 다른조원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대장님 무전때리고 진행속도를 줄인다 위험한 지역을 벗어나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수 있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 일까? 아님 바람에 나무잎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까? 나무잎이 모두 몸을 뒤집어 랜턴의 불빛에 하얀 속살이 비친다 고요한 숲길에 뿌연 안개.. 무엇이 나를 이 새벽에 이렇듯 미치도록 산을 오르게 만드는 것일까 전망대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밝아있고 환상적인 운해가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가 지나온 할미봉과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에 걸려있는 하얀구름.. 그 하얀구름위로 시커먼 비구름층이 보인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에 사진찍기 싫어하는 나도 한컷 찍고 미치도록 산으로 향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비와 함께한 남덕유산

비가 올것 같아 빨리 진횅을 했기에 서봉까지는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 남덕유산 가는길은 아직도 멀기만한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발걸음은 자연히 느려지고 우비를 입은 몸속으로 차오르는 습기가 짜증을 나게 만든다 대간길이 비가 온들 무슨 상관이랴 그또한 대간길에서 만나는 반가운 손님인것을.. 3조에서 무전이 왔다 환자 발생...푸우가 몸이 아파 진행이 힘들 정도란다 비가 아무리 오고 길이 험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환자가 발생하면 그땐 상황이 달라진다 하산길도 함참을 더 가야 하고 비는 쏟아지는데 푸우의 상태를 확인.. 몸살이 난것같단다 대장님이 푸우를 놓고 심각하게 걱정을 하자 우리 의리파 대원들.. 서로 앞다투어 푸우를 데리고 하산하겠다는 희망자..여러명 가슴이 찡해오고 마음이 흐믓해지는 순간이었다 비가 조금 잦아들자 아침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폈다 밥을 먹는 순간에도 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들고 우비를 입은채 허둥지둥 식사를 끝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푸우님 상태를 살펴 보니 아까보다 조금 나은듯 보였고 멋쟁이 산꾼..각산님 푸우의 배낭을 받아 매시고 진행 속도를 3조에 맟추어 다시 남덕유산으로 향한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빗줄기가 굵어지고 길은 순식간에 작은 도랑으로 바뀌었다 줄줄 옷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에 바지를 다 적시고 흙탕물이 요동을 치고 신발속으로 들어온다 환자의 발생과 쏟아지는 비 앞에서 대장님..조기 하산을 제시하지만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모두 예정대로 동엽령까지 가기를 멈추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까까지도 심각하게 중도하산을 걱정했던 푸우님.. 언제그랬냐는듯 동엽령까지 가기에 손을 든다 역시 대간쟁이 다운 모습이다 누가 우리의 앞길을 막으랴...

대간길에 내리는 비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젖은 옷과 물이 흥건히 고여있는 신발의 무게가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악천우 속에서는 안전이 우선이기에 속도를 줄이고 끊어짐없이 뒤를 돌아보며 대열을 이어간다 투둑거리며 어깨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작은 고랑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빗물.. 금새빗물이 고여 생긴 물웅덩이 앞에서 장난끼가 발동하고 한바탕 뒹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 작은 웅덩이는 앞사람의 발자욱을 금새 덮어버렸고 시야를 가린 얕은 나무에 얼굴도 긇히기 일쑤다 산과 빗물..떨어지는 물소리..첨벙거리며 걷는 우리의 발자욱.. 모두가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좋지 않은 환경이 오히려 우정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동엽령을 중도 포기하고

삿갓골재 대피소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마지막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대피소가 눈에 들어오고 먼저가신줄 알았던 각산님.. 동엽령이 통제되어 가시지 못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때문에 동엽령으로 들어갈수 없다고 한다 불행인지..다행인지.. 하늘에 뜻을 어찌 우리가 알수 있을까.. 오전 11시.. 시간이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로 하고 김장비닐 봉투가 등장한다 가져온 밥과 반찬..참기름에 고추장까지..모두 넣고 섞는다 밥을 섞으면서 왜 나는 우리의 마음을 섞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각자 가져온 밥과 반찬을 한군데로 모았으니 한번 마음이 합쳐졌고 고루 섞어 나누어 먹었으니 또 한번 마음을 섞었을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방을 옮기고 일곱번째지만 새로운 첫번째 산길.. 힘든일이 생길때마다 우리가 함께 꿈꾸었던 오늘의 이마음들을 잊지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을 먹고 또 다시 알아봐도 동업령으로는 올라갈수 없다는 대답이다 하는수 없이 다음구간에서 잇기로 하고 하산을 결정하고 아쉬운 마음에 동엽령쪽을 한번 더 쳐다보지만 발걸음은 황점마을로 향한다 끝날것 같지 않은 지루한 내리막.. 비는 잦아들어 가늘게 이슬비로 변해있고 산행시간과 느낌을 적어두었던 메모지는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미 시간도 날씨도 의미가 없었다 철저하게 경치를 즐기리라.. 조금내려가니 세찬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에 물이 불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시간을 집어 삼킬듯 세찬 물살이 악을 쓴다 발을 담구고 눈을 감아보았다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 그 힘에 이끌리어 잠시 몸을 적시고 싶었지만 세상에 오염되어 체면이 더 소중해져버린 지금의 나는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다 몇시인지 이미 시간을 지워버린 하산시간.. 황점마을에 도착하니 버스가 보이질 않는다 기사님이 길을 몰라 찾지 못해 대장님 투덜거리고 기다리는동안 막걸리 한잔씩.. 막걸리 한잔에 버스를 타고 오는길 내내...잠~~~~ 이후의 기억은 없다. 그렇게 대간 7구간은 끝이 났다 사당역에서 급히 집으로 오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습니다 그러나 다음 8구간이 있기에 아쉬운마음을 접고 부족한 후기로나마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올려봅니다 우중산행이 되어버린 대간길.. 아마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