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9차 빼재-삼봉산(1254m)-삼도봉(1250)-대덕산(1290)-덕산재-부항령
빼재에서 해인리까지
9구간의 종주길을 살펴보고
크게 무리는 없을것 같다는 판단아래
아들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비가 내려 걱정이 되었지만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밤에는 개이고 일요일엔 기온이 내려가기는 해도
비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부랴부랴 추위에 대비한 아들아이의 등산복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와 랜턴을 찾으니 어디다 두었는지 도무지 찾을길이 없다
퇴근을 늦게 한터라 이미 사러나갈 시간은 없고
문구점에서 손전등을 사가지고 사당동으로 향했다
지하철 출구를 올라오자 낯익은 얼굴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각산님이 배웅을 나와 주신것이다
시간이 없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는 없었지만
그 마음...함께했던 시간의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25인승으로 갈줄 알았는데 큰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푸우님의 수고에 모두들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편하게 대간길.. 빼재를 향해 떠났다
빼재..먼저번 종현이가 힌겹게 내려온길..
너무 더워서 물부터 찾았던길..
내려보니 전에 보았던 그 빼재가 아니었다
꼭 성난 빼재의 모습같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초겨울을 연상케하는 추위..,
제자리에서 뛰어도 보고 몸을 움직여보면서 추위를 참아본다
채니잉잉님..용감하게 반바지를 입으셨다가
몇번이나 갈아입는 패션쇼...우리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물했다
2시40분 산행시작...
이번구간에서 조장이 모두 여자대원들로 바뀌었다
추위로 굳어진 몸을 풀고 대열을 이루어
또 한구간의 대간길에 발도장을 찍으러 간다
철망끝의 들머리에는 많은 대간리본이 매달려있고
이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음을 말해준다
출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데
낮에 내린 비로인해 흙이 젖어있고
돌출된 바위와 돌길로 이루어져있어 거칠기는 하지만
처음오신분들도 무리없이 잘따라오신다
캄캄한밤에 세차게 부는 바람..무성하게 자란 잡목사이에
야생화가 피어있어 캄캄한 밤에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오르막이 있으면 어김없이 내리막이 있는 법..
오르막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내리막길에 후미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호절골재3시51분도착
잡목이 무성한 좁은 공터에 팻말은 없고
어느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호절골재(1122m)라는 코팅된종이가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하늘엔 조금 남아있는 구름사이로 일그러진 하얀달이 떠있었고
시골에서나 만날수 있는밝은 별빛이 쏟아질듯 빛나고 있었다
왼쪽으로 낭떠러지로 보이는 험한길을
밤이라 주변의 시야를 확보할수 없기에 서로 뒷사람에게 주의를 전달하며
가파른 길을 올라서자 삼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삼봉산정상을 지나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난다
아마 80도쯤으로 여겨지는 내리막길은
낮에 내린비로 젖어있는 잡석과 미끄러운 급경사의 험로로 다가온다
소사고개 5시30분
동이 튼다 이제 랜턴이 없어도 갈수 있을것 같다
넓은 평지지만 심한 바람을 피해 바람이 들지 않는곳에서 잠시쉬어간다
바람과 시간때문에 자세히 기록할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채니잉잉님이 검정옷과 긴바지로 갈아입은 곳으로 기억된다
배낭에는 옷만 잔뜩들어있는듯..암튼 멋있고 개성이 강한 분들이다
넓은 고랭지 배추밭을 만나고 배추밭을끼고 왼쪽으로 대간길이 나있다
뒤돌아 보니 우리가 내려온 삼봉산과 급경사 지역이 한눈에 보이고
배추밭사이로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숲길과 밭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다 임도를 만나 조금 오르면 우측으로
능선 숲길로 들어선다.왼쪽의 편한길을 두고 1조는 대장님을 따라
숲길로 들어선다 길의 흔적은 있지만 잡목이 무성해서
뚫고 나갈수 없을것 같은길을 만난다.
낮은 밤나무에 달려있는 밤송이에 긇히고 찔리고..
그렇게 그곳을 통과하니 다른조는 편한길로 이미 앞질러 가있다
고랭지 배추밭을 지나 능선 숲길로 들어선다
이곳부터는 잡목과 억새, 넝쿨식물, 싸리나무 산딸기나무들이
뒤엉킨 잡목숲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머리를 숙여보아도.. 손으로 가려보아도..
산딸기나무의 긇힘은 어쩔수가 없었다
잡목숲이라는것만 빼면 비교적 수월한 길인데 진행속도가 느리다
시간을 묻기보다는 무전기가 없는 탓에
후미와의 간격을 지켜야하기에 선두지만 치고 나갈수가 없었다
이런속도로 간다면 아무래도 목표지점 까지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서두르지만 후미에서 들리는
선두반보의 외침이 더 크게만 들린다
2조조장을 맡은 어울림님...성급한 마음에 선두반보 보다는
3조를 외치는 소리가 더크게 들린다
이때부터 이미 늦었다는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구간에서 아침식사를 한 시간을 기록하지 못해 생략---)
대덕산 정상 8시57분
예상시간보다 1시간가량이 늦어졌다
그러나 함께가는길...후미가 보이지 않을때마다 반보를 외친다
정상 가까이는 초원지대처럼 야생화가 피어있는 민둥산이고
내키만큼 자란 조릿대와 억새풀이 군락을 이루고 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인다
멀리 보이는 수도.가야산 종주능선과 지나온 산의 설명을 듣지만
바람에 날리는 억새의 노래소리에 절반은 날려보냈다
몇분이 힘들어하시는것 같은 모습에 간식을 나누어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쉬어가기로 했다
얼음골약수터
수 십장의 대간띠가 나부끼고 플라스틱 바가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샘터를 만나다.
마지막 물을 뜰수 있는곳이라 졸졸거리며 나오는 물을
받느라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참나무를 비롯해 단풍나무와 기타 잡목들이
지금까지 온길과 다른 숲의 모습이었고
바위를 넘어가도록 통나무 계단이 기억에 남는다
덕산재 10시30분
삼산산장이 나오고 요상한 나무 조각물이 눈길은 끈다
산삼의 효과로 나무도 그렇게 된다는 것인지..ㅎㅎ
후미를 기다리며 대장님 심각한 표정..
아직도 발리가야 6시간인데 이런 속도라면 갈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
갈수 없다는걸 우리도 잘알고 있다
이미 몸에 무리가 온 분들이 앞으로 6시간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원래구간대로
부항령으로 하산을 결정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부항령으로 하산한다면 앞으로의 길은 수월한 길만 남아있다
길게 잡아도 3시간정도 예상을 하고 이제까지 지나온길과 다르게
길이 잘 닦인 숲길을 만난다
길도 푹신하고 낙엽송의 낙엽과 소나무 참나무의 열매들이 떨어져있다
가파른 오르막도 없고 완만한 능선길의 조용한 숲의 오솔길..
선두에 서지 않아서 폐광터와 853.1봉 이 어딘지 모르고 지나쳐버려
아쉬움이 남는 구간이기도 하다
하산지점이 바뀌고 버스기사님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통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푸우님 애간장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담에 만나면 아이스크림 사줄께요)
거의 다왔을 무렵..간신히 기사님과 통화가 이루어졌고
급한맘에 돌아내려오는길을 피하고 직진길로 내려오는 바람에
길이 없는 곳으로 내려오며 담구간에서 밤길에 올라갈 걱정을 해야만했다
내려서니 버스는 보이지 않고 터널이 눈에들어온다
무사히 하산 완료...9구간의 마침표를 찍으며 버스에 올랐다
아들아이를 데리고 가는 대간길...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컴퓨터게임에 익숙한 세대인 아들에게
백두대간의 설명과 함께 우리나라의 등줄기를 걸어서 넘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산의 웅장함과 끈끈한 우정..
그리고 끈질긴 근성과 인내심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잘 해주었고 많은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느라 한참을 뒤쳐졌을때 뒤를 따라가면서
선두가 아닌 후미의 또 다른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함께 간다는것..
대간길의 소중한 약속임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9구간을 마치고 다음 10구간을 기약하며 아쉬운마음...
부족한 후기로 대신합니다
모두...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