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후기

추억속의 영취산 2007/3/25

하얀구슬 2009. 5. 30. 04:53

 
영취산을 가기위해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준비하고
아이들 밥까지 챙겨놓으려니 여간 바쁜게 아니었다.
급한 성질에 늦을까봐 동동거리며 급하게 먹은 김밥 한조각..
가슴에 딱 걸려서 내려가지를 않는다.
소화제를 찾을 시간도 없이 시간이 늦을새라 사당역으로 향했다.
너무 빨리 왔나?..대장님과 통화를 하니 7시30분까지란다.
7시인줄 알고 너무 일찍 나갔던 것이다.
조나단1님과 신호등님을 중간에 태우고 무령고개로 향했다.
산사람 대장님의 친구분인 샤빌님..중간에 합류하고
이상 9명의 대간 6구간의 땜빵길이 시작되었다.
 
영취산구간..작년 6월달에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얼마 오르지 않고 영취산정상이 나온다.
그땐 그래도 꽤 많이 올라갔던 것 같은데 걸음이 빨라서일까..
속이 좋지 않았던걸 잠시 까먹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와서 차멀리로만 알았던
울렁거림이 가는 내내 힘들게 했고 식은땀이 흘렀다.
폐를 끼칠까 싶어 참아보려고 하다가
말을 꺼냈는데 다행이도 샤빌님이 간호사라고 한다.
손끝을 따고 체기와 통한다는 손바닥의 한부분을 눌러주니
신기하게도 트림이 연거푸 나왔다.
소화제 한알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흙길..따뜻한 햇살..
모든것이 평화롭기만 하다.
진달래의 꽃망울은 아직 겨울인듯했고
나무에 새순도 나지 않았는데 바람은 따뜻했다.
간간히 일찍 나온 야생화의 힘찬 기지개의 흔적을 볼수 있었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멈춘 소나무 아래 기대 앉아 쳐다본 하늘엔
낮에 나온 하얀 반달이 웃고 있었다.
한숨 자고 가고 싶을 정도로 모든것이 평화롭기만 하다.
비온후 맑게 개인 산의 공기는 마른풀의 향기까지
느낄수 있었고 누군가 칡을 캐어갔는지 칡냄새도 간간히 난다.
처음 만난 샤빌님, 봉우리님,그리고 조나단님의 초딩 친구들..
산행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속이 불편했기에 민폐를 끼칠까 걱정되어
컨디션이 좋을때 시간을 벌어놓을 생각으로 앞서 나갔다.

 
혼자 걷는 길엔 추억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내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야생화들..
그러나 그길은 아직은 메마른 숲이었다.
연초록의 녹음은 어디로 가고
앙상한 나무들이 그때의 그길에 있었다.
내키보다 더 커서 무성했던 잡목숲..
사정없이 얼굴이 긁히고 지나갔던 그길도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어 기억속의 모습과는 달랐다.
추억속의 그길엔 키위님의 모습도 보였다.
힘들어 하는 여자분을 이끌고 가면서도 짜증스런 표정이 아니라
지금과 똑같이 웃는 얼굴로 그 곳에 있었다.
전망대 바위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자
영화 타이타닉의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던 모습들도 그곳에 있었다.
산나물을 뜯는다고 조를 이탈했던 친구의 모습도 들어있었고
깃대봉 샘터에서 물을 마시면서도 추억속을 더듬거렸다.
구불구불 마지막 산길을 걸으며
처음으로 수려한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 었던 곳..
첫날밤의 이야기를 듣고 웃느라 그길이 짧게만 느껴 졌었는데
생각보다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렇게 그길을 다시 걸으며 전과 다른모습으로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추억 한겹을 더 입혔다.
산사람 대장님의 친구분이신 샤빌님..
차로 이동을 도와주셔서 편하게 올수 있었고
또 하나의 고운 인연이 되었다. 

 
뒷풀이로 장어집으로 이동..
전망이 좋은 넓은 창이 있고 저수지가 보이고
기다리는 동안 여인들은 쑥을 뜯는다.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장어...전혀 느끼하지 않고 맛이 있었다.
적당히 마신술과 맛있는 음식..
헤어짐이 아쉽지만 샤빌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서울로 향했다


가볍게 마신술에 맑은 공기와 맛있는 장어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음악이 크게 틀어지고 여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관광버스 버전이 아니라 7080 버전..
열차타고 기타치며 노래부르며  산에 다니던 20대의 그시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한창때 들었던 귀에 익은 음악과 함께
좁은 차안에서 가슴에 남아있는 뜨거운 불덩어리
말끔히 불 사르고 나서야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새로오신 봉우리님..은주님.대간녀의 기질...딱 맞아떨어지고
멋진추억을 만들었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다른분들은 빼먹은 구간을 가는 것이었지만
제게는 추억을 찾으러 갔던 영취산 구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6구간..
멋진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게 될것입니다.
함께 하신 아홉분 수고 많이 하셨구요..
담 산길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