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17구간
산행코스: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삼거리-은치재-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
-배너미재-은티마을
산행일시:5월12-13일
산행인원:산사람님.키위님.조나단님.물안개님.gangstar님.수기님.세계여행님.푸우님
하얀구슬.바다호수님.바위와산님.좋은날님.반야봉님.남사당님.
쏘가리님.날개님.조아라님.공기밥님.샤빌님
(19명)
아침부터 비가 온다.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엔 비가 그칠거라는데
추워지지 않을까..걱정이 앞섰다.
다행이 양재역으로 향할 즈음엔 비도 그치고 날이 개는것 같았다.
언제나 만남은 반갑다.
중간에 공기밥님과 샤빌님 합류..반가움의 인사 나누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대간길 보다는 사람에게 더 빠져드는것 같다.
차안에서 가벼운 술 한잔씩을 나누고 소등..
모두 취침모드로 들어갔다.그런데 어디선가 들리는 천둥소리..
그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폐의 크기를 가늠하며 웃음이 나왔다.
잠은 도저히 잘수 없고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는 풀리기에 천둥소리를 음악삼아 편안한 자세로 쉬어본다.
총19명..오붓한 산행이 될것 같다.
버리미기재에 도착..하늘을 제일먼저 올려다 보았다.
별이 총총..이곳의 별은 유난히 크고 색도 노랗다.
별의 색깔로 보아 비개인 뒤의 맑고 깨끗한 산행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잠시 대열을 정비하고 산행 시작..이번엔 조편성을 다르게 했다.
조금 쳐지는 사람을 1조로 넣은 것이다.
장성봉 도착 915미터
장성봉까지 오르막이 힘들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갈수 있었다.
어둠속에 랜턴의 불빛에 간간히 철쭉의 연분홍모습이 보인다.
환경오염 때문인지 분홍빛이 예전에 보았던 색이 아니었다.
흐릿한 분홍빛 철쭉꽃은 우리에게 어떤 암시를 주는것만 같았다.
비에 젖은 숲길은 먼지도 없어 기분까지 맑게 해주었다.
수기님이 많이 힘들어 하신다.
마음은 젊음 속으로 들어 오셨는데 몸은 역시 따라주지를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발걸음을 수기님의 속도에 맞추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나가기로 했다.
5시가 가까워 오자 벌써 동이 트기 시작한다.해가 많이 길어졌음을 말해준다.
일출..싱싱한 계란의 노른자위 같이 산봉우리는 해를 밀어낸다.
사람들은 소란스럽게 환호를 하지만 해를 밀어올리는 저 기운은
어디서 부터 오는것인지 해의 정기에 눌려 가슴이 뜨거워진다.
비온뒤의 맑고 깨끗한 아침...주변을 둘러보며 연록색의 숲에 취해본다.
5월의 산의 모습을 나이로 친다면 스무살쯤?.
한참을 더 올라가니 악휘봉이 보인다.
배낭을 밑에다 두고 악휘봉을 찍기 위해 올라갔다.
악휘봉 도착...845미터 (07:15)
주변을 둘러 보았다.굽이 굽이 눈앞에 펼쳐진 능선..산의 이름을 모른들 어떠랴..
가슴으로 눈앞에 보이는 산을 다 품었는데..마음이 맑아진다.
산부추를 뜯어 입에 넣고 씹어보니 쌉쌀한 맛이 혀끝에 퍼져
온 몸을 녹색으로 물들이는 것만 같았다.
내려와서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았다.
넓은 숲속에 자리를 잡고 김치찌게를 끓이는데..
배는 고픈데 찌게는 더디게 끓고 더디게 끓고
어느새 반쯤 밥을 비운 뒤에야 찌게가 완성 되었다.
그렇게 어설픈 아침을 먹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점점 더 힘 들어하는수기님....속도는 자연히 느려지고 대장은 걱정스런 표정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함께 시작한 일이니 함께 갈수 밖에..마음을 비우고 속도를 늦추었다.
취나물도 뜯고 잔대의 뿌리도 캤다.
은치재에 도착하니 지금부터는 사찰의 땅이라고 조용히 하라고 한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잔대의 뿌리도 캐고
싫증난 대간길을 연록색의 숲과 사람들이 채워준다.
분위기가 묘해진다.수기님의 힘들어 하는 모습...
속도는 느려지고 길을 잃을까 뒤를 걱정하며 여유롭기 보다는 포기에 가까웠다.
아니나 다를까 대장님...예정된 코스를 변경해서
희양산을 오르지 말고 바로 은티재로 하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시간이 늦더라도 코스 변경은 없다고 원래대로 가기를 희망했다.
대장은 맘에 안들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다수의 의견이니 어쩔수 없었을것이다.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길..샤빌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물기가 있어 미끄러운 바위를 올라간다.
산은 언제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처음 만나도..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희양산..대간길엔 없지만 배낭을 밑에두고 희양산정상에 올라가기로 했다.
바위 투성이의 산에 비해..정상석은 너무 보잘것 없었다
조그만 바위에 "희양산"이라고 써있고 들어 올리니 힘없이 들렸다.
정상석이 못미더운지 정상석 옆에 종이에 코팅을 해서 돌로 눌러 놓았다.
대간길이 아니었으면 사람들 발길도 없었을 산..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배낭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숨고르기를 하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배너미재로 가는 길에 넓은 자리를 찾아
남은 음식들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17구간을 완성하기 위하여 배너미재로 향했다.
얼마나 남았을까? 산을 내려갈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아직 많이 남아있을거라는 생각을 깨고
배너미재 란 팻말은 너무 쉽게 나왔다.
이제 은티마을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비가 온뒤라 물이 많이 보인다. 물가에 돌 미나리도 보이고 쑥도 지천이다.
맑은 햇살..곱게퍼지는 햇빛 사이로 연록색의 어린잎들이 팔랑인다.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티마을에 도착..개울물에 땀을 씻고 대간17구간의 마침표를 찍었다.
올라오는 버스안에서 기사님이 미리 사 놓으셨다는 인삼막걸리와
날개언니의 숨겨놓은 모듬전 안주에 17구간의 완주를 자축하는 파티가 벌어졌다.
늘 그랬듯이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함께 했다는 성취감이
우리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였고
앞으로도 쭈욱 대간길을 밝게 비추어줄..우정이라는 등블.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기를 희망하며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비온후의 맑고 깨끗한 날씨 덕분에 아름다운 햇살도 만나고
이제 막 새순으로 옷을 갈아입은 여린 나무잎은
때묻지 않은 연록색의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눈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5월의 17차 대간길..
아름다운 산길과 좋은친구들..오랫동안 멋진 추억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