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구간은 참 사연이 많다.
대장이 잠깐 가출...술렁거리고 혼란스러운 구간이었다.
깨진 마음 이어붙이기를 시작했고 다시 모으기는 했지만
마음이 예전같지 않았다. 비온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는데...
좀처럼 마음이 열리지를 않는다.
인원을 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불참하는 회원이 늘고..
대간길을 가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던 것이 불편하고 맘에 걸렸다.
우리는 약속을 했었다.
진부령에 서는 그날까지 함께 가기로..
이제 겨우 절반을 왔을뿐인데 그 약속은 희미해져가고
한사람 ..두사람...약속을 저버린다.
몸에 무리가 온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이 변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것 같다..
다시 대간길에 합류하기로 하고 마음을 바꾸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정신 없이 바쁜 요즘.9시20분에 집에 돌아와 벼락치기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배가 고팠지만 밥을 먹을 시간이 없을것 같아 곱창을 사가지고 양재역으로 향했다.
25인승 버스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
우리는 그렇게 17개월을 함께 대간길에 올랐다.
넉넉함을 나눠주고..부족함은 채워 가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걸었었다.
명단에 없었던 아밍고님의 모습이 보인다.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25인승 버스임을 감안해서 용인 휴게소에서 내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저녁식사겸 술한잔으로 간단히 마음을 모으고
달리는 차안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잠을 청한다.
얼마쯤 잤을까...지난번 내려왔던 은티마음에 도착해 있었다.
차에서 내려 피곤함을 애써 떨쳐버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하루종일 얼마나 바빴는지 발바닥에 불이나고 잠이 부족해서 하품이 계속 났지만
시작한 대간길..멈출수는 없었다.
내려보니 강릉백두대간산악회에서 버스3대가 와 있었다.
우리와는 반대로 이화령에서 올라온다고 하는데
같은 대간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반갑기만 하다.
은티마을에서 은티고개까지의 길은 대간길이 아니다.
대간길을 잇기위한 연결고리 같은 것이었다.
저번구간에 이길을 내려오면서 올라갈일을 걱정했었다.
어둠이 깔려있어 시야가 좁아 힘이 덜 들긴 하겠지만
주치봉까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짧은 산행에 마음이 놓여서일까...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다.
물이 있을거라는 계곡엔 물이 말라버려 먹을뭃을 뜰수가 없었고
산은 늘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대한다는것을 또 한번 실감했다.
잠까 휴식을 취하는 시간...빠르게 날이 밝아온다.
물을 뜨는것을 포기하고 랜턴을 끄고 다시 시루봉을 향해 올라간다.
희양산 갈림길..시루봉과 대간길 이만봉 방향 표지판이 서있는데
희양산표지판이 떨어져있어서 표지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장의 설명..좌측길로 왔다면 훨씬 시간이 더 걸렸을거라고 한다.
얼마가지 않아서 시루봉 정상이 나왔다.
시루봉 해발 914 M..충청북도 괴산군..작은 표지석이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기념사진으로 기록을 대신하고 다시 이만봉을 향해 걷기시작했다.
여유있는 산길..초록의 싱그러움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일상에서 찌들고 닳아빠진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루봉을 지나 얼마가지 않아서 해발 990 미터라는 이만봉 표지판이 나왔다.
배가 고팠지만 예정대로 더 진행을 하고 아침을 먹기로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힘들지 않은 오솔길 같은 길이이어진다.
저번구간에 많았던 잔대는 보이지 않고 당귀가 지천으로 보인다.
여유로운 산길이어서일까..옻닭번개때 쓴다며 바다호수님..당귀를 캐기 시작했다.
먹는 재미보다는 캐는 재미가 더 크기에 열심히 잎도따고 큰것은 뿌리도 캤다.
지리산아래 어느식당에서 먹어본 당귀김치의 맛을 잊을수 없어서
신선햔 당귀의 향기를 맡아본다.
당귀와 취나물이 지천이고 그늘진 넓은 자리를 찾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도시락을 안가져온 분들을 대비해서 밥을 넉넉히 싸왔더니
먹을것이 너무 많아 아무래도 무거운 도시락을 다시 들고 가야할것 같다.
막간을 이용하여 지천으로 깔린 당귀를 캐고 다시 대열을 기다듬어 백화산으로 향했다.
얼마가지 않아서 백화산 정상이 나왔고 1063.5 미터..
이번길에 가장 높은산이다.기념사진으로 발도장을 찍고 다시길을 재촉한다.
이화령에서 올라오는 대간쟁이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인원이 많아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는 다른팀을 보니
우리의 오붓한 산행이 더 정겹다는 생각을 해본다.
햇살고운 초여름의 날씨는 산딸기의 열매를 붉게 물들이고 단맛을 품게한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지나칠수가 없어서 따먹는 여유까지 부리는 산길..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길게자란 풀이 흙위를 덮고있고 그위에 누워보고 싶지만
보이는 싱그러운 모습보다 풀속엔 내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이 들어있을것 같아
선뜻 몸을 누이지를 못했다.
보여지는 아름다움...보이지 않는 그속의 비밀..벌레나 진드기..세균들..
싱그러운 모습으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우리들의 삶도 자연과 닮아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취나물과 당귀를 캐며 가다보니 어느새 황학산을 지나고 조봉이 나왔다.
이화령에서 황학산을 올라오는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이화령이 가까워질수록 조용한 숲길이 시끌벅적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눈에 뜨이는 모습에서
숲과 인간세상의 관문이 있기라도 한것 처럼 문명의 세상이 가까워옴을 생각하게 앴다.
이화령에 도착..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다.대간길 산정상에서 수 없이 만난 표지석..
너무 초라해서 가슴이 아린 정상석도 있었는데 너무 큰 표지석을 보며
또 한번 생각하게한다. 보여지기 위한 몸부림일까..
커다란 표지석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잠시 생각하며 씁쓸해진 기분을 버스 기사님이 선뜻 내어주는 물 한통에
손을 씻으며 마음을 달래본다.
간단히 기념사진을 찍고 샤브샤브를 먹기위해 차를 타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자 모 방송국에서 용추계곡을 촬영하기 위해 나와있다고 한다.
멧생돼지 샤브샤브..한방돼지찜..멧생돼지는 멧돼지가 아니라면
음식이름이 걸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대사와 진실과 다른 인터뷰...
겉과속..어둠과 밝음..보여지는 모습과 감추어진 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일들이다.
산의 정기를 받고 자연의 이치를 배우며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택했던 대간길..
절반의 대간길을 지나오며 무엇을 깨닫고 얻었는지 생각해 보게한다.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도 하고 그때마다 다시 복구에 힘을썻던 마음들..
작은태풍에도 흔들리는 마음보다..커다란 태풍이 불어닥쳐도 끄떡 없을
단단한 마음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우정이라는것..의리라는것을 많이 생각해보게하는 구간이었다.
상경길에 전에 없이 오락시간으로 이어지고 좁은 버스안이 흔들린다.
하고 싶으면 한다..놀고싶으면 놀고 먹고 싶으면 먹는것이다.
다만..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잡음을 해소하고 어떤행동도 탓하지 않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상경길..릿지팀과 통화를 하던 쏘가리님과 키위님..
남한산성 불당리로 발길을 돌리게 했고
아직도 가슴에 다 태우지 못한 뜨거움..3중추돌사고라는 것으로 잠재울수 있었다.
계속된 과로와 밤새 걸었던 대간길..그리고 깨기는 했지만 술로인해 흐리멍텅해진 머리..
바닥을 보이는 주유표시기가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었다.
자연히 반사신경은 둔해지고 3중추돌사고..
다행이 사람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 되었지만
멈출줄 모르는 거침없는 행동에 브레이크를 건 계기가 되었다.
작은 사고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18구간...
산을 제대로 보고 세상의 이치를 배우려면 아직 걸음마도 시작 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