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거리 : 26.24키로 (12시간)
산행코스 : 죽령~도솔봉~묘적봉~ 묘적령~
흙목정상~ 배재~ 소백산 투구봉~저수재
문복대~ 벌재
20구간을 몸상태가 나빠 빼 먹고 두달만에 참석하는 대간길이다.
이번길은 쏘가리님도 빠지고 키위님만 태우고 양재로 향했다.
반가운 친구들이 보고싶은 맘에 맘이 설레는것도 잠시
몸이 따라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조금 기다리니 호랑이님이 피자를 들고 도착...
물안개와 갱스터님의 모습도 보이고..
제시간에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좁게 느껴지는 25인승버스...
이번길도 남진을 한다는 산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휴게소에 들러 호랑이님의 피자와 맥주로 간단히 시장기를 메웠다.
늘 그랬던 것처럼 피곤을 풀기위해 잠을 청하고
눈을 뜨니 죽령...조금 더 자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대장의 출발 명령에 산행은 시작되었다.
첫 들머리..나무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철조망이 가로 막고 있다.
처음부터 알바다. 길을 알아본다고 대장이 먼저 앞서가고
뒤에 있는 호랑이님의..빽하라는 소리에
다시 되돌아 내려가 조금더 지나가니 도솔봉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다시 길을 잡고 숲길로 이루어진 길을 올라갔다.
얼마쯤 올라가니 묘지가 나오고 치악산종주때가 생각났다.
매화산 정상에서 만났던 묘지..장소는 다르지만 묘지만 봐도 치악산이 생각난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 었다. 비슷한 모습만 봐도 가슴이 저린..
가슴에 담겨있는줄도 몰랐다가 문득 떠오르는 가슴 뭉클함..
치악산을 함께갔던 다섯명.. 추억은 이렇듯 곳곳에 남아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다시 뭉치기가 힘들것 같다.
여기까지는 길이 좋았다. 다른길로 가던 대장이 다시 합류하고
심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고 바람이 시원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수 있었다.
5시40분 도솔봉이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섰다.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살아있는듯 꿈틀거린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이 하얀구름에 밀려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것만 같았다.
어둠속에 꿈틀대던 구름도 7구간 남덕유산구간의 멋진운해와
수도.가야산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우연히 행운을 만난것처럼 멋진운해와 함께했던 사람들..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있을것이다.
도솔봉으로 가는 길에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진 내리막길이 나왔다.
내리막의 경사로 보아 힘든산행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6시30분 도솔봉 도착.,해발 1314미터
능선이 물결치듯 굽이 굽이 늘어서 있다.그 사이로 용트림을 하는 하얀 구름..
바람소리는 날아갈듯 귓전을 때리고
오랜세월 센 바람을 맞고 서있는 나무들의 가지도 뒤틀려 있었다.
바위도 힘이들고 나무도 힘이들어 보인다.
그 사이를 오가는 구름..신선 놀음하는 심술궂은 놀부같았지만
구름도 결국 바람에 밀려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구름사이를 삐집고 가늘게 주홍빛 태양이 고개를 내밀어 보지만
회색의 구름은 아주 조금 태양의 기운을 용납할 뿐이다.
7시35분..묘적봉 도착
중간중간 대장이 지도를 보는 법과 나침판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자꾸 나눠준 고도표만 들여다 보게 된다. 대충 세어봐도 30개가 넘는 꼭지점..
가파른 오르막도 여러개..힘들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지나온 능선이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넓은 자리를 찾아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모시골과 솔봉을 지나고 흙목정상에 도착하니11시..
날개언니가 몹시 힘들어 하신다. 두달쉬고 가는 대간길..당연히 힘들수 밖에..
아자~~를 외치며 서로 용기와 힘을 주고 다시 걷기시작했다.
싸리재에서 배재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며 잠시 힘든것도 잊고 웃음꽃을 피운다.
조나단님의 조건있어요..유머도 무색하게 잘리고..물안개의 노래신청에
80년대가요를 부르는 조나단님..
그렇게 소백산구간을 우리는 함께 넘고있었다.
몇개의 봉을 더 넘고서야 저수령에 도착할수 있었다.
점심과 함께 맛있는 검은콩 막걸리..밥맛이 없다던 사람들도 막걸리 맛에 취해버린다.
밥을 먹고 난후에 잠깐의 휴식시간.. 금새 코를 고는 대원들..자는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대열을 정비하고 물을 채우고 다시 벌재를 향해 출발..
2시간30여분을 예상을 하고 나섰지만 늘 그랬던 것 처럼
대간길이 만만할 리가 없다 들목재인줄 알고 잠시 쉬었던 작은 재는 들목재가 아니었고
금새 나올것 같았던 벌재는 몇개의 작은봉우리를 더 넘고서야 커다란 나무에
어느산악회에서 걸어놓은 들목재라는 노란삼각리본을 만나면서
아직도 많이 남았음에 맥이 빠진다.잠시 휴식으로 재 충전하고 다시 출발..
얼마 안남은것 같았던 벌재는 여러개의 봉우리를 더 넘고서야 만날수 있었다.
벌재에 도착하니 차가운 계곡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차가웠던지 발이 아플정도로 시려서 담그고 있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21구간 죽령-벌재의 산행의 마침표를 찍고 돌아오는길엔
다음을 기약할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더했다.
도솔봉의 멋진 운해와 날아갈듯 불었던 바람..저수령의 검은콩 막걸리..
벌재의 차가운 계곡물,,그리고 함께했던 친구들...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