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후기

대간16구간 버리미기재-늘재 2007/04/16

하얀구슬 2009. 5. 30. 04:55

토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바쁘다.
누적된 과로로 몸도 따라 주지 않는데
어쩌자고 가느냐는 가족들의 걱정을
죽어도 간다는 말 한마디로 묵살하고 집을 나섰다.
비가 제법 내린다.이번 구간은 비 예보는 없는데 걱정이 앞섰다.

 

양재역에 도착..
반가운 얼굴들 도착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차가 10분정도 지연 된다나..기다리는 10분이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 도착하고 바로 출발..늘재가 아닌 버리미기재로 간다고 한다.
대장님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이번 대간길에 생일을 맞는 4분..
날개님,각산님,키위님,푸우님,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케잌과 샴페인..세계여행님표 도토리묵과 겨우살이독주..
바다호수님표 참치회..조나단님표 막걸리..
생일 축하송이 불리워지고 축하주가 오고갔다.
대간쟁이는 뭐든지 열심이 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실때도 빡세다. 그대신 끝낼때도 멋지게..
한잔술에 잠이들어 깨어보니 버리미기재라고 한다.

 

술이 덜깨서 정신이 몽롱하기는 하지만
간단히 준비 운동을 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암릉구간이라 힘들거라고 했지만 대간의 기질은 암릉도 막지 못한다.
오히려 한사람씩 통과하느라 충분히 휴식을 취할수 있어
힘이 덜 든 느낌이었다.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그 사이로 간간히 진달래가 고개를 내밀고
어둠이 삼켜 버린 밋밋한 시야를 채워준다.

대야산정상 바로 아래 직벽구간을 만나자
몇몇 친구들..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무사히 통과..
역시 뭐든지 잘하는 대간쟁이답다.
대야산 정상을 지나면서 부터는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
나무가지에 겨우살이의 모습도 볼수 있었고 야생 달래도 만났다.


밀재를 지나면서 수기님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가 휘청거리고 중심이 흐트러지신다.
그래도 가는 수 밖에 없다. 얼마가 남아있든
가야만 끝이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전진 또 전진.

그렇게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대야산 구간의 바위들은 크고 매끄러워보이는데.
조항산구간으로 들어서자 바위의 형태가
삐죽삐죽한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건드리면 부서지기도 한다.



조항산정상에서 바라본 대야산의 골재체취장..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곳이 세군데나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간쟁이들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기사를 쓴 사람은

저런 모습을 보지 못했을리 없고 기분이 씁쓸했다.
조항산 정상을 통과할때 누구의 배낭에서 나왔는지
맥주(피처)가 등장했고 메고 올라온 배낭의 무게가 느껴져
고마운 마음으로 조금씩 나누어 마셨다.(잘 먹었습니다)

 

청화산으로 가는 길은 바위길이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능선길이라
별 어려움 없이 갈수 있었다.
수기님이 힘들어 하시자 쏘가리님이 후미를 맡으시고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걱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스피린 두알을 드시고 힘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근성과  뜨거운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후미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멈춘곳에서 남사당님..올라오는 친구들에게
복숭아 통조림 한쪽씩 나누어 주던 모습..떠올리니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남사당님.. 뒤 늦게 대간팀에 합류했지만 멋진 모습으로 차곡차곡 우정이 쌓여 간다


청화산 정상에서 늘재까지 1시간 정도..내리막길로 이어지는 길에는
진달래가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었다.
꽃잎이 힘이 없고 흐린 분홍색이라 헤퍼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유난히 색이 짙은 진달래를 만났다.
뜨거운 불덩어리 가슴속에서 삭이느라 색이 짙어졌을까.
색이고운 진달래앞에 날개언니와 푸우님 사진 한컷..
날개언니의 애교있는 포즈가 여자인 내가 봐도 귀엽다..(죄송)

 

걱정했던 수기님까지 무사히 다 완주를 하고
공장 지하수물로 땀을 씻어내는 것으로 16구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힘든 대간길을 완주하고 난 기쁨에
완주를 자축하는 차안에서의 파티가 벌어졌고
대간의여인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순식간에 분위기는 여인천하가 되었다.
목소리가 커지고 대화가 헝클어져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대간길 뒷풀이를 차안에서 끝내고
모두 잠을 청하는 것으로 16구간의 막을 내렸다.